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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터뷰] 냉정과 열정 사이, 뜨겁게 빛나는 배우 안재영 ②interview 2020. 3. 27. 09:01
<본 인터뷰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전설의 리틀 농구단'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 노래 가사에 맞춰 음을 붙이기도 했고, 피아노 한 대로 진행되는 극의 특성상 넘버를 소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A. 오히려 피아노 한 대여서 호흡을 맞추기가 편하다고 생각해요. 작곡가님께서 본인의 곡이 연기적으로 어떻게 표현될지, 드라마적으로 어떻게 표현될지에 관심이 많으셔서 곡을 쓰실 때 연출님과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어요. 급하게 곡을 써야 했는데 대심문관1의 경우 공연에 임박해서 완성이 됐거든요. 당시에 대심문관을 빼고 악마와의 대화라는 넘버로 대체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해서 피아노 연주자분과 작곡가님, 저와 연출가님이 앉아서 대본을 보며 곡을 함께 만들었어요. 완성된 후에 다같이 앉아서 박수를 쳤죠. 선택은 연출님과 음악감독님의 몫이지만 리딩 때부터 배우들의 의견에 대해 긍정적이셨어요. 대심문관 전에 발작이라는 엄청난 넘버가 있기 때문에 과연 이 곡이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완전한 형태의 공연으로 완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Q. 연습이나 공연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A. 공연 보실 때 생각날까 봐 좀 조심스럽겐 한데, 대심문관2에서 알료샤가 저를 안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거든요. 준영배우와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는 터라 품 안에서 소리가 울리는데다 제 귀에다 대고 노래를 불러서 귀가 너무 아팠어요. 준영배우가 성량이 좋아서 더 힘들었는데 지금은 위치를 좀 조절해서 괜찮아요.
Q. 관객이 이 극을 통해 얻어가길 바라는 것
A. 예전에 제가 연기했던 <난설>이라는 극에 '모든 음악은 듣는 이의 것임을' 이라는 대사가 나와요. 제 에너지가 저를 통해서 밖으로 나간 순간부터는 관객 분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순간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도 좋고 영화도 좋지만 공연이 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특유의 생생함과 라이브함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들은 항상 중심을 지키고 정석대로 연기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공연은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날의 공기나 관객석의 분위기 등 많은 요소에 의해 그 순간의 감정은 달라질 수 밖에 없어요. 4D같은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으로 직접 공연을 즐기러 오시도록 할 수 있는 것이 공연의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면과 장면, 그 순간마다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시고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장면에서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는 건데 그것 또한 관객의 선택이며 정해진 답은 없어요. 만약 제가 그 답을 정해놓고 연기하게 된다면 다른 한 쪽을 인정하지 않게 되는 거잖아요. 공연의 3요소인 무대, 배우, 관객이 기적적으로 잘 맞아떨어져 모두가 좋다고 받아들이는 순간은 정말 값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같은 공연을 연속해서 보시는 분들도 그 순간을 다시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서 몇 번씩 보시는 것 같은데 늘 최선을 다해 그 순간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배우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정해진 바 없이 그 순간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Q. 평상시 여행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얻는 것이나 얻고자 하는 것이 있나요?
A. 원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아무것도 안 하고 일주일이상 쉬어본 적도 있었는데 좀 힘들더라고요. 사실 처음 여행을 했을 땐 무언가를 많이 얻고자 했던 것 같아요. 직업이 배우다 보니 많은 걸 보고 담고 경험하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오히려 욕심을 냈을 때보다는 편하게 여행했을 때 더 많은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배우는 작품이 끝났을 때 거기에 머물러있지 않고 다음 작품을 준비 해야 하는데 그 때 그 감정을 비워내기에 여행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털어내기 싫어서 계속 가지고 있을 때도 있긴 하지만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시야도 넓힐 수 있고, 마음의 여유와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 같은 것들이 좋습니다.
Q. 이때까지 연기한 인물들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인물이 있나요? 어떤 성격을 가진 인물을 연기할 때 가장 편하신가요?
A. 저는 이반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원작을 읽고 연출님께 제안을 드려서 넣은 대사도 있고, 다른 작품에 비해 정말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애착도 많이 가지만 개인적으로 <전설의 리틀 농구단>에 나오는 ‘종우’ 역할을 좋아합니다. 안산 초연부터 참여했거든요. 친구들과 바다로 가는 추억이 있는 '전설의 리틀 농구단'이라는 넘버를 처음 연습할 때 지환, 현진, 승현배우가 서있는 걸 보고 울음이 터져서 노래를 못 했어요. 우느라 노래도 못 하고 말도 못 하는 저를 보고 다들 웃었죠. 너무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주셔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초연 때는 같은 역할이 아니라 상대역이었던 승현배우랑 친해서 더 복받쳤던 것 같아요. 저도 예상치 못한 순수한 감정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좀 더 정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Q. 배우로서 뿌듯할 때 혹은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가 있나요?
A. 여러분들은 늘 즐겁게 봐주시고 저 역시 매번 최선을 다해서 하려고 하지만 배우는 본인 스스로 만족하기는 좀 힘든 직업이에요. 연출님이나 관객 분들께서 잘 보셨다고 한 날에도 본인에 대한 아쉬움은 본인이 제일 잘 알아요. 하지만 가끔 내 자신이 만족할 때가 있어요. 오늘따라 너무 집중을 잘 했고, 무대 위에서는 이 인물이 된 것 같았고, 행복하게 잘 연기했다고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물론 그런 날도 내가 느끼기에는 잘한 것 같지만 연출님은 별로였다고 하시기도 해요. 본인 스스로 만족하기 힘들다 보니 커튼콜 때 박수를 쳐주시면 감사하고 뿌듯하기도 하지만 말씀 드린 것처럼 아쉬운 감정이 드는 나를 위로해주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내가 잘했다고 생각될 때 그렇게 봐주시면 더더욱 칭찬받는 것 같고요. 관객 분들은 극에 만족을 해서 쳐주시는 거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고생했어, 잘했어’ 라고 해주시는 것 같아요. 내가 무대에서 살아있었고 관객 분들과 행복하게 호흡했다고 생각되는 날에는 집에 가는 길이 신나죠.
Q. 연이어 공연을 하면서 체력 관리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A.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제 삶도 중요하기 때문에 공연하면서 얻은 감정을 빨리 털어내고 싶어서 귀가 후에는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 보기도 해요. 무대 밖에서의 제가 온전히 제 삶에 서있을 수 있어야 무대 위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술을 많이 좋아하지만 좋은 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연 전에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극장을 찾아주시는 분들께 한 마디 해주세요.
A. 힘든 시기에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힘든 길을 뚫고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께 감사 드리고, 그렇게 만들어주신 소중한 시간인 만큼 그 시간이 아깝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잘 위로 받으시고 돌아갈 수 있게끔 열심히 하겠습니다.
글, 사진 : 이은지 / 이현승 에디터 (scenestealer20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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