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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터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득 품은 진심 어린 이야기꾼 배우 임찬민 ②interview 2019. 10. 11. 10:00
Q. 무대에 오르기 전 징크스가 있다면
A. 많이 안 먹으려고 해요. 서포트 인증을 즐기지만 대체로는 안 먹고 올라가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공연 전에는 조금씩 먹고 가져가서 다음날 다 먹어요. (웃음) 예민함을 유지하며 무대에 서야 본인이 아쉽지 않을 만큼의 공연이 나오는 것 같아요. 공연을 끝내고 나면 항상 아쉽고 더 잘 하고 싶기 때문에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게 배우로서는 더 편해요. 편하게 늘어져서 아쉽게 공연하고 싶지 않거든요.
Q. 배우라는 직업상 여러 인생을 살게 되는데 빠져 나오기 힘든 적이 있었는지?
A. 생각보다는 잘 빠져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극 중에서 누군가 죽어서 울고 그러면 현생의 저도 슬프더라고요. 그 감정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밝은 극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주기도 해요. 아무래도 희노애락을 다 표현해야 하는 직업인데 한 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작품을 선택할 때 반년에 한 번씩은 밝은 작품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좀 더 많은 관객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볼 수 있는 게 연애라는 주제인데 차기작인 <뮤 하트>가 조금 그래요. 이 작품이 연애에만 집중되어 있지는 않지만 남과 여의 이야기다 보니 좀 더 가볍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사실 그 작품은 민아가 사용할 언어 때문에 선택하게 된 것도 있어요. 수화를 해야 하거든요. 배역이 가지고 있는, 우리가 감히 아픔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을 어떻게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까 이 작품을 선택 해야겠더라고요. 여러 복합적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유쾌한 배우들이 많고 좋은 선배들과 재미있게 작업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도 있어요.
Q. 조금 늦게 연기를 시작한 편인데 불안감이나 부담감도 컸을 것 같은데.
A. 당연히 있었죠. 지났으니까 지금은 그 색이 희미해졌다고 느낄 뿐이에요. 타 전공을 하다 보니까 어떤 친구들은 연기하다 안 되면 회사에 들어가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게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해요. 절대로 취미가 아니거든요. 지금은 바우덕이처럼 사력을 다해서 하고 있고,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하는데도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가 힘들어요. 그렇지만 오히려 승부욕이 있으니까 잘 되는 걸로 보여주자는 생각을 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시작해서 다행이다, 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한 순간이 있다면?
A. 이건 여기서 처음 얘기하는 것 같은데, 대학교 4년 다니면서 딱 3번 울었어요. 우는 방법을 몰랐거든요. 괜찮은 척 하고 사는 게 나를 키워준 부모님과 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주는 친구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어요. 철이 이상한 쪽으로 든 거죠. 감정에 솔직해져도 되고 힘들면 힘들다고 해도 되는데 그 방법을 모르니까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눈물을 흘릴 줄을 모르더라고요. 그 때는 누군가가 저에게 “너는 밝고 편안하지만 로봇 같다.” 라고 했었어요. 괜찮은 척 하는 게 다였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할 때는 울지 않는 게 씩씩하고 좋은 건데 오히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희노애락중에 애를 표현을 못 하는 거에요. 그게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연기를 시작한 어느 순간부터, 그리고 <오시에 오시게> 첫 공을 보면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나니 지금의 내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때의 저를 어리석다고 낮추진 못하겠지만, 그 때의 나에 비해 연기를 시작한 지금의 나는 울 수 있을 때 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굳이 슬픔이란 감정이나 우는 것에 대해 생각하진 않았고, 그냥 살다 보니까 자연히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나이가 들거나 몸이 아프거나 하는 이유로 사랑하는 주변사람이 저를 떠나가는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걸로 인해 저의 얼음 같았던 면모들이 녹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모두가 행복하진 않고 언제까지나 살아있지만은 않다는 걸, 모든 게 괜찮지는 않다는 걸 조금 늦게 알았죠.
Q. 여가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는지
A.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가죽공예가 취미였어요. 가방이랑 지갑도 제가 만든 거에요. 제 이름이 들어가있죠. 그리고 라떼를 마시면서 마카롱을 먹는다든가.. 어떻게들 그렇게 맛집을 알아서 선물해주시는지 몰라요. 보통은 관객 분들이 주시는 거 감사히 먹고, 콜드 브루 내리는 걸 좋아해서 집에서 콜드 브루 내려서 팬 분들이 주신 간식과 같이 먹는 게 주말의 낙인 것 같아요. 쉴 때 그렇게 하면 리프레쉬가 돼요.
Q. 바쁜 한 해를 보내며 힘이 됐던 게 있다면
A. 저의 뿌리나 근간은 저와 함께 살고 계시는 사랑하는 부모님이겠지만 올해는 정말 관객 분들이 주신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커튼콜 때 전에 뵈었던 관객 분들이 또 오시는 게 보여요. 정말 감사해요. 관심이 없으면 그렇게까지 할 수가 없거든요. 뽑기처럼 이 작품 볼까? 임찬민 나오네, 또 볼까? 이런 게 아니라 제 차기작이 나왔을 때 그걸 찾아서 객석을 채워주시는 게 정말 엄청난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커튼콜 때 그 분들과 눈이 마주치면 마음이 뭉클해요. 해적 초반 젠더크로스 연기를 처음 했을 때 부담이 너무 크고 아쉬웠거든요. 더 많은 것들을 잘 해내고 싶었는데 스스로의 기준치에는 많이 모자랐던 것 같아요. 그 때 제가 뻔뻔하게 저를 키워주세요, 그랬었는데 그걸 농담 삼아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올 해 벌써 6~7개 공연을 했는데 매번 구하기 힘든 자리에 앉아 객석을 채워주시면서 마치 임찬민 공연 스탬프를 모은다면 한 판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계속 봐 주시는 분들을 볼 때 정말 잘 해야겠다, 제대로 연기하지 않으면 이 분들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항상 감사하죠.
Q. 조금 이르지만 올 한 해를 돌이켜 봤을 때 어땠는지
A. 배우가 다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저도 오랜 시간 기다렸고요. 제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흡수하면서 성장을 하고 싶었어요. 이 업계에서는 배우의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올 해만큼은 그것들에 있어서 내 스스로가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았어요. 작년에 크게 다치면서 커리어가 끊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었는데 다행히 잘 따라와줬고, 아프거나 힘들 때 스스로를 잘 케어하고 다독이면서 본인만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계속 온다고 느꼈어요.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고 해내는데도 그런 마인드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서 올 해는 계속 그런 식으로 다양한 발성을 쓰거나 한 작품에서도 다양한 색깔을 내야 하는 배역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영유아기 시절 아기들이 가장 단시간에 많이 큰다고 하잖아요. 저는 제가 지금 일곱 살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열심히 배웠으니까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도 괜찮겠지? 하는 거죠. 임찬민이란 배우를 떠올렸을 때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배우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올 해가 저에게 중요했던 해였던 것 같아요.
Q. 연극에도 욕심이 있나요?
A. 네. 연극에도 욕심이 있어요. <뮤 하트>도 연극이고요. 연극을 해마다 1~2개는 하고 싶어요. 연극은 뮤지컬과는 많은 게 다르잖아요. 저는 성장욕구가 강하거든요. 신장은 멈췄지만 마음의 키는 계속 클 수 있으니까요.
Q. <해적> 앵콜 이후의 계획과 내년 목표
A. 연말에는 벽난로처럼 따뜻한 작품들과 함께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말과 연초는 따뜻해야 하니까. 아직 캐스팅발표가 안 난 작품도 있고요. 내년에는 제가 선택하고 싶은 작품들을 잘 하는 게 목표에요. 승영이가 이야기꾼 하고 싶다고 하는 것처럼, 뮤지컬꾼 잘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A. 말 많은 신출내기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과 언제까지고 서로 눈으로 신뢰를 줄 수 있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사이로 나아가고 싶어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다만 그 자리에 계셔주신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글, 사진 : 이은지 에디터 / 이현승 에디터 (scenestealer20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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