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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씬터뷰] 냉정과 열정 사이, 뜨겁게 빛나는 배우 안재영 ①
    interview 2020. 3. 27. 09:00

    <본 인터뷰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전설의 리틀 농구단'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3월 코로나19의 여파로 움츠러든 대학로 내에서도 뜨거운 인기로 관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출연중인 안재영 배우를 만났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초연에 이어 재연 또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창작 뮤지컬이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냉정하면서도 차가운 ‘이반 까라마조프’ 역을 누구보다 뜨겁게 열연 중인 안재영 배우의 열정을 가득 담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 이반역할을 맡은 안재영입니다.

     

     

    Q. 초연에서 재연으로 넘어오면서 안재영의 이반이란 캐릭터에 변화가 있다면? 초연에 비해 재연에서 중점을 두고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나요?

     

    A.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원작이 방대한 편이라 어떤 테마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에 중점을 둬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초연 이후로 다시 책을 읽어보며 새롭게 얻은 정보나 미처 느끼지 못했던 캐릭터의 성향 같은 걸 녹여내고 싶었지만, 섣불리 추가했다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라는 극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방해할 수도 있어서 그러지 않으려고 했고요. 그리고 좀 더 텍스트에 충실하기 위해 신경을 썼어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대본이 친절한 편이 아니라서 해석의 여지가 많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산으로 갈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그런 선에서 새로 오신 분들께 기존의 텍스트는 지키되 초연의 디테일과 해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해석을 존중하려고 했습니다.

     

     

    Q. 같은 배역의 유승현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은데 서로 영향을 받은 점이 있다면?

     

    A. 처음 승현배우에게 작품에 대한 제의가 갔을 때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어요. 결국에는 이반으로 정해졌지만 오랜만에 같은 무대에서 설 수 있게 알료샤라는 배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기도 했었죠. 승현배우와는 친한 사이기도 하고, 더블캐스트로도 많은 작품을 함께해왔기 때문에 작품활동을 같이 하게 될 때마다 조금 더 깊은 이야기까지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의 관계에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준비하면서도 텍스트에 나와있는 대사가 소설의 어떤 부분에서 파생되었는지, 새로 읽어본 느낌이 어떤지 그리고 이반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아요. 작품자체가 함축적이다 보니 해석의 여지도 많아서 서로의 해석을 공유하며 이반이라는 인물을 구축했죠. 공유할 부분은 공유하고 존중해줄 부분은 존중하며 윈윈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Q. 의상도 다르던데 캐릭터를 해석하는 부분에서 반영이 된 건지?

     

    A. 이반은 차갑고 냉정한 캐릭터이지만 내면에서는 분노와 사랑이 요동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표현해줄 수 있는 포인트로 와인색이나 피 같은 짙은 붉은색 넥타이로 하고 싶다고 개인적으로 요청을 드렸고 의상선생님도 받아들여주셔서 그렇게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Q. 승현배우와 같은 배역에 자주 캐스팅 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같은 배역끼리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해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감정, 같은 지문, 같은 대사를 해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배역끼리는 연습할 때 가장 가깝지만 공연 때는 가장 멀어지게 되는데 승현배우와는 원래도 친분이 있다 보니 같은 배역을 맡았을 때 연습과정에서 좀 더 잘 통하는 것 같아요. 그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 가까운 사이에서 비롯된 닮음보다는 외관이나 표현방법, 성격이 많이 달라서 그런 '다름'을 즐겁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합니다.

     

     

     

     

     

     

    Q. 극 중 이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

     

    A. 대심문관과 친부살해사건 등으로 인간에 대한 원론적인 고찰 및 신에 대한 고민을 다루는 것이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구체적인 테마인데 원작으로부터 파생된 다른 작품들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지 모르겠지만 이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 키를 가진 인물은 이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제일 닮기 싫어했던 모습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과 표도르와의 관계, 회피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사상을 따르는 이유로 살인의 범인으로 지목되는 스메르쟈코프와의 관계,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이자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알료샤와의 관계, 그루첸카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에 대한 살인의사를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것처럼 까체리나를 사랑하고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에 사건의 범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드미트리와의 관계 등 한 명에게만 치우치지 않고 모든 인물들에게 비슷한 영향을 받음으로써 지금의 이반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 대본상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A. 이반이 어린아이 얘기를 하는 부분이나 대심문관, 그리고 악마를 만나는 부분 등이 원작에서는 분량이 긴데 그 중 연출님과 상의해서 고른 내용을 극에서는 짧게 이야기하죠. 짧은 대사 안에 몇 페이지의 정서를 넣어야 하니 과장되지 않고 어색하지 않게, 생생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런 장면에서 직접적이기 보다는 함축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문어체가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밀리의 서재> 녹음에 참여하게 되면서 문학적인 원작의 문장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공연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말투의 뉘앙스나 분위기 역시 공연에도 담기게끔 하고 싶었죠.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에서 '오, 나의 줄리엣' 이라는 대사가 문학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초연에 없었던 '오 나의 알료샤' 라는 대사를 할 때 이반의 캐릭터상 그 부분을 비꼬는 느낌으로 표현한다거나 하는 방법으로요.

     

     

    Q. 그 고민과 더불어 이 극이나 이반이라는 캐릭터를 관통하는 단어나 대사가 있다면?

     

    A. 이반을 끊임없이 관통하는 단어는 이율배반인 것 같아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자극적인 성질이잖아요. 신이 없다고 말하면서 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지만 사실 죽이고 싶지 않았고, 알료샤를 사랑하지만 그만큼 비꼬고 싶은 그런 마음이 사실 인간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이 극에서도 다루고 있고요.

     

     

    Q. 원작에서 얻은 디테일이나 설정이 있나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에는 알료샤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는데 원작을 읽어보니까 마냥 미워한다기 보다는 복합적인 감정이더라고요. 구체적인 부분이긴 한데 대심문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원작에서는 '알료샤, 나에게 입을 맞춰주지 않을래?' 라는 대사가 나오고, 알료샤에게 신이 있냐고 몰아부친 다음 얼굴을 쓰다듬을 때에는 정말 알료샤를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게 돼요.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섹슈얼 적인 게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사랑 그 자체의 사랑을 말하는 거고요.  너무 안타깝고, 위로해 주고 싶고, 가엽지만 사랑스러운, 그리고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여러 감정을 살리고 싶었어요. 원작에서 ‘알료샤는 이반이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이반은 정신을 잃은 듯 허겁지겁 뛰어가고 있었다. 알료샤는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하면서 차갑게 돌아서고, 공연에서는 ‘이런 인간도 구원받을 수 있나?’ 하면서 단순하게 퇴장이지만 그 문장을 읽었을 때 하나로 특정할 수 없고 정리가 안 되는 그런 감정을 무대에서 그대로 담고 싶었습니다.

     

     

    >> 냉정과 열정 사이, 뜨겁게 빛나는 배우 안재영 로 이어집니다. 

     

     

    글, 사진 : 이은지 / 이현승 에디터 (scenestealer20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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