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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씬터뷰] 무대에서 행복의 순간을 담는 배우 박준휘 ①
    interview 2019. 6. 25. 01:45

    <본 인터뷰는 뮤지컬 테레즈 라캥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주말 오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테레즈 라캥>에 출연 중인 배우 박준휘를 만났다. 6 17일에 막을 올린 뮤지컬 <테레즈 라캥>은 동명의 소설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최근 뮤지컬 <루드윅> 앵콜 공연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무대에 선 박준휘 배우와 나눈 작품 앞에서 진지하면서도 밝은 에너지가 담긴 이야기를 전한다.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A. 부산에서 올라온 스물 일곱살, 93년생. 현재 뮤지컬 <테레즈 라캥> 에서 테레즈를 파멸로 이끄는 원인중의 하나인 병약한 남편, 카미유 역할을 맡고 있는 뮤지컬배우 박준휘입니다.

     

     

    Q. 첫 공연과 두 번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연습실에서만 이루어지던 대본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 느낀 점이 있다면?

     

    A. 연습실에는 배우들과 상주 스탭들만 있지만 무대에는 전 스탭들과 함께 하니까 집중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관객분들이 계셔서 연습실에서보다 긴장도 되고요. 저는 예전에는 많이 떨었는데 요즘에는 무대에서 더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편한 연습실보다는 무대에서 보다 쫀쫀하게 연기할 수 있죠.

     

     

    Q. 창작초연이라 힘들었을 텐데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요?

     

    A. 솔직히 말하자면 의견 트러블이 없진 않았어요. 그래도 그 이상의 목표,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한 목적은 같았기 때문에 그런 의도 내에서 의견충돌은 있었지만 다들 같은 마음이라 다른 애로사항은 없었어요. 잠을 좀 못 자서 힘들었던 것 말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서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어요.

     

     

    Q. 창작초연은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들도 많은 참여를 한다고 들었는데 본인이 이번 <테레즈 라캥>을 만드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제안하거나 새롭게 발견한 부분이 있다면?

     

    A. 이건 배우라면 누구나 다 하는 거지만 일단은 카미유로서 말해볼게요. 원작 소설에서 뮤지컬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카미유의 서사가 추가되다보니 다른 캐릭터들간의 관계성을 새롭게 설정하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제 식대로 말하자면 살아남는다고 해야 할까요? 공연의 한 구심점으로서 무대에서 잊혀지지 않아야 하니까요. 원작에서는 카미유가 기능적인 역할이에요. 저희도 그걸 잘 알고 있어서 그 캐릭터 안에서 우리만의 정당성을 찾고 싶었고, 관객들 눈에도 카미유가 나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로 비춰졌으면 했어요. 나쁜 사람이 마냥 나쁘게만 보이는 게 아니라 나쁜 것 자체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끔. 그걸 위해서 카미유 역 배우들끼리 이야기도 많이 했었어요.

     

     

     

     

    Q.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나요?

     

    A. 예를 들자면 유령으로 나올 때? 나름대로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유령으로 세 번 무대에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죽고 나서 바로 후에 등장이라 좀 더 테레즈에게 압박감을 주기 위해 죽었을 때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나와요. 그 다음 등장은 카미유의 과거시절이라고 설정했죠. 어렸을 때 카미유는 어떻게 놀았을까? 어떻게 놀고 싶었을까? 그래서 처음 등장과 비슷한 모습이에요. 그리고 마지막 등장에서는 극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느낌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했어요. 용서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런 마음으로요. 마지막 장면에서의 마음가짐을 굳이 정해놓진 않았어요. 등장할 때마다 생각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요. 첫 공연 때와 달리 두 번째 공연에서는 마지막에 지켜볼 때 다들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첫 공연에서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다들 결핍이 있는 느낌이라 그 안에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Q. 본인이 생각하는 테레즈 캐스트들마다의 느낌은?

     

    먼저 인지배우는 소리나 액션이 크다기 보다는 눈빛 같은 게 정곡을 찌르는 듯 한 느낌이 있어요. 너 나한테 명령하지마, 라는 대사를 할 때 그 대사와 발성에서 느껴지는 강렬함이 있어요. 연습실에서도 같이 연습을 많이 해서 편하고 제가 신인이다 보니까 많이 서포트 해주시는 느낌이에요. 하나배우는 키가 크고 포스가 있어서 제가 에너지를 주는 만큼 돌려받는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채영배우는 표정이나 느낌 자체가 테레즈 같아요. 성격 자체가 털털한 느낌이라 불 같은 에너지가 있다기 보다는 눈빛이나 표정 같은 걸로 표현을 해주는 것 같아요. 그것마저 테레즈라캥이라는 역할 그 자체 같고 다른 배우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더라고요.

     

     

    Q. 극에서 좋아하는 넘버나 장면이 있나요?

     

    A. 있어요. 카미유가 자고 있을 때 로랑이 집에 들어와서 테레즈와 함께 부르는 ‘행복의 순간을 담아’ 라는 넘버요. 연습실에서나 극장에서 모니터 할 때 그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더라구요. 테레즈가 이때까지 지냈던 집에서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테레즈는 그게 폭력인지도 모른 채로 자랐잖아요. 사랑과 행복 같은 감정을 잘 모르는 테레즈에게 로랑이 처음으로 숨쉴 수 있는 틈을 주었을 때 그 감정을 깨우치는 테레즈가 불쌍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 장면이 정말 예뻐 보였어요. 그리고 제가 나오는 장면 중에서 고르자면 로랑에게 첫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재밌어요. 제가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로랑의 반응이 달라져서 연기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에요. 그리고 넘버로는 카미유의 회상-나를 잡아줘로 연결되는 부분이요.

     

     

    Q. 이전 작품이었던 <루드윅> 때보다 분량이 줄어서 아쉽진 않나요?

     

    A. 조금 더 분량이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하다가도 이 작품에서 카미유는 기능적인 역할이니까 거기에 충실한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분량은 적지만 침대에서 누워있거나 할 때도 카미유는 자고 있지 않아요. 다 듣고 있어요. 연기를 하고 있는 거죠. 그래도 확실한 건 체력적으로는 루드윅보다 확실히 낫다는 거에요.

     

     

     

     

    Q. 원작소설 <테레즈 라캥> 에서 참고한 부분이 있다면?

     

    A. 제일 큰 건 카미유의 ‘마이웨이’ 적인 이기심이에요. 이기적인 카미유의 모습을 테레즈가 싫어하게 만드는 거죠. 뮤지컬에서는 카미유에 대한 설정이 추가가 되다 보니 혼자만의 이기심으로 극이 진행되지는 않거든요. 테레즈가 왜 카미유를 싫어하는지 잘 안 보이기 때문에 테레즈의 본질적인 걸 건드리는 게 좀 어렵게 느껴졌고, 그걸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원작 소설과 영화처럼 카미유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방법은 아직도 찾고 있고요. 예를 들자면 사랑을 표현하지만 어떻게 그 방식을 더 나쁘게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거요. 상대방은 생각하지 않고 나의 감정을 강요하는 거죠. 일방적이지만 테레즈를 많이 사랑하는 그런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는데 치중했어요.

     

     

    Q. 원작소설은 국내에서 영화<박쥐>의 오마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며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소설, 영화와 다르게 표현하고자 한 부분이 있다면?

     

    A. 테레즈에 대한 사랑이요. 원작에서 카미유는 테레즈에 대한 사랑보다는 밖에 나가고 싶어한다거나, 뭔가를 혼자의 힘으로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더 강했다면 뮤지컬에서의 카미유는 테레즈를 사랑하는 마음에 더 중점을 뒀어요.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테레즈에게 이기적으로 느껴지겠지만요.

     

     

    Q. 카미유를 표현하기 위해 내가 생각하기에 더 신경 쓴 점이 있다면?

     

    A. 카미유의 결핍적인 부분에서 제일 큰 게 아픈 몸인데 그걸 단순하게 아픈 연기로 표현 하기가 싫었어요. 몸이 아팠을 때 어떤 마음을 가지며 살고 있었을까. 오로지 다 내 거야 이런 마음으로 막 살았을까? 한 편으로는 슬픔이 있었을까? 열등감을 느끼며 살았을까? 여기서부터 시작했어요. 카미유는 아프지만 그 역을 연기하는 인간 박준휘는 건강한 사람이니까 공감을 위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연습할 때 다 내 거야하는 마음으로 방방 뛰면서 해 본 적도 있고, 어떤 날은 자격지심을 계속 느끼며 이건 다 내 건데 할 수 있는 건 없고..엄마랑 테레즈가 날 챙겨주는 게 당연하지만 그 자체가 싫다.’ 하는 마음으로도 해 봤고요. 그렇게 여러 시도를 하면서 노선을 정했어요. 카미유라는 인물을 구축하기 위한 여러 요소들 중에 마지막으로 정한 것이 신체적인 부분이었어요. 테레즈나 관객분들이 외형적으로 보시기에 어떤 신체적인 부분이 비호감처럼 느껴질까 생각하다가 고개를 앞으로 뺀다거나 열등감 때문에 사람들 눈치를 본다든가 하는 디테일을 만들었어요.

     

     

    >> 무대에서 행복의 순간을 담는 배우 박준휘 ②로 이어집니다. 

     

     

    글, 사진 : 이은지 에디터 / 이현승 에디터 (scenestealer20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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