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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씬터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득 품은 진심 어린 이야기꾼 배우 임찬민 ①
    interview 2019. 10. 11. 10:00

     

     

    지난 10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소리극 <오시에 오시게 > 첫 공을 올린 임찬민 배우를 만났다. 소리극 <오시에 오시게>는 청계천에서 이야기를 파는 이야기꾼 성진과 이를 보고 이야기꾼을 꿈꾸게 된 승영의 이야기를 담은 극이다.

     

    누구보다 바쁘게 한 해를 보내며 밝은 웃음과 함께 반짝이는 눈으로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해적처럼 막힘 없이 답변해 주었던 임찬민배우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Q. 자기소개와 최근 근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임찬민입니다. 최근 <오시에 오시게> 첫 공을 올렸고, 차기작들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Q. <오시에 오시게> 참여 계기와 간단한 극 소개

     

    A. 작년 10월 쇼케이스부터 제안이 왔었는데 그 당시 큰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참여하지 못했어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같이 하면 좋겠다고 얘기를 나눴었는데 이번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 극을 크게 관통하고 있는 건 전기수 이야기에요. 전기수를 꿈꾸는 승영이라는 소년과, 드라마틱한 사연을 갖고 있는 성진이란 인물이 청계천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내용이구요. 남사당패에서 최초의 여성 꼭두쇠였고 역사적으로 기록될 만큼 훌륭한 예인이라고 알려져 있는 바우덕이라는 인물도 함께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세하게 말하면 재미없으니까 공연장에 오셔서 확인해주세요.

     

     

    Q. 맡은 역할이 박준휘배우님과 더블이에요. 젠더프리는 계획된 일이었나요?

     

    A. 원래 작가님, 작곡가님도 그렇게 계획하고 쓰셨어요. 쇼케이스 때는 기간이 짧아서 승영이 역이 원캐였지만 이렇게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공연이었으면 당연히 젠더프리로 하셨을 분들이에요. 비단 이번이라서 그랬던 게 아니라 오래 전부터 계획이 되었던 일이었죠.

     

     

    Q. <오 박씨>를 비롯하여 고전을 기반으로 한 작품과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의 차이점이 있다면?

     

    A. 고전과 현대로 양분화 시키기는 어렵고, 인물이 갖고 있는 성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오시에 오시게> 에서도 정확히 두 인물을 표현하고 있는데, 승영이 연령대나 갈구하는 것이 무엇이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시대적 배경은 저에게 큰 고려사항은 아니어서 연기할 때 기존 작품들과 차이를 크게 시대로 나누어 구분하진 않습니다. 전작 <오 박씨> 에서는 과거의 박씨라는 인물과 현대에 살고 있는 여주라는 인물을 연기했었는데 박씨가 그 당시 사대부집안 규수출신이기 때문에 갖고 있었을 태도에 대해서만 생각했었어요. 옛날이니까 이렇게 연기해야지, 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옛날 말투만 고집했다면 작품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부딪힐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해요.

    처음부터 인물이 갖고 있는 성격이 어떨까, 배경이 어땠을까를 고려했죠. 이번 <오시에 오시게> 에서도 승영이는 비록 몰락했지만 잘 교육받은 양반집 아들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면 가장 천한 직종이라고 할 수 있는 광대라는 직업을 소망하는 내부의 자유로움, 그리고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함을 중점으로 생각했어요. 승영이는 작품상 21세로 설정되어 있는데 사실 그 당시 나이로는 어린 나이가 아니에요. 그런데도 한없이 철없을 수 있는 이유가 뭘까에 대해 생각하며 연기를 하고 있어요. 그에 비해서 바우덕이는 살아남기 위해 출중해지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그 무게감에 대해 신경 쓰며 연기하는 편이에요.

     

     

    Q. <해적>이 본인에게 가져다 준 영향이나 변화가 있나요?

     

    A. 해적이 저에게 미친 영향은 절대 작지 않아요. 해적은 배를 타고 거친 파도를 헤치는 게 상징이지 않나요. 지났으니까 얘기하는 거지만 초연 때는 마치 성장몽을 꾸는 느낌이었어요. 물리적으로 키가 크는 건 아닌데 계속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부담감이었던 것 같아요. 공연 중엔 거기에 대한 감정에만 집중하려는 성격이라 그 때는 부담감인지 인지를 못 했어요. 관객분들께서 주시는 관심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직접적으로 살에 와 닿은 적은 처음이었거든요. 아이를 하나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마치 그것 같았어요. 배우 하나를 만드는데 있어서 본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관객의 필요성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이번 앵콜 공연은 정성껏 한 땀 한 땀 준비하고 있어요. ‘했던 작품이니까 편하게 가야지하는 생각을 안 하게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작품이 갖고 있는 내용 자체도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되고요. 그런 마인드로 모든 배우가 임하는 중입니다.

     

     

     

     

     

    Q. 젠더프리 공연을 계속 하면서 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A. 내가 가진 성별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가 갖고 있는 성별에 대해 약하다고 한정 짓지 않게 되었고요. 저는 여중여고여대를 나오면서 나와 반대되는 성별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막상 이 일을 시작했을 땐 공연에서 보여지는 여성캐릭터의 색깔들이 내가 갖고 있는 색깔과 맞지 않는 적이 많아서 여기에 내가 맞춰야 하나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우리는 누구도 지나치게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이지 않아요. 그것을 인지한다면 이게 특별한 일이 아닌 건데 어떠한 프레임을 만들어서 퍼즐 맞추기처럼 생각했던 부분들을 스스로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직접 경험을 해 봤을 때, 예를 들어 월경을 할 때는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남성들이 할 수 있는 공연을 못하지는 않더라는 거죠. ‘절대 내 성별은 약하지 않고, 나와 동성인 모든 분들도 절대 약하지 않다라는 것이 올 해 제가 가장 많이 느끼고 스스로도 되뇌게 되는 말인 것 같아요. 물론 그 기간에 체력적으로는 피곤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약하다고 스스로 규정하지 말자 라는 것도 공연을 그런 상태로 해 보면서 느끼게 됐죠.

     

     

    Q. 이때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A. 어렵네요. 모든 캐릭터를 너무 사랑하거든요. 현재 연기하는 캐릭터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지금, 10월의 임찬민을 만들고 있는 승영이와 바우덕이 두 사람에게 가장 애착이 가요.

     

     

    Q. 긍정적인 성격인 것 같아요.

     

    A. 제가 승영이를 사랑하는 이유에요. 승영이는 현재와 미래를 꿈꾸는 아이이기 때문이죠.

     

     

    Q. 앞으로 맡고 싶은 작품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작품 선정의 기준이 궁금해요.

     

    A.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하고 싶은 작품이랑 캐릭터를 진짜 많이 이야기 했었더라고요. 올해 작품들을 많이 하게 되면서 선정기준에 대해 고민을 했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메세지가 한 문장만 있다면 응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 메시지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인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기준을 정해놓고 단정짓는 것 보다는 어떤 작품이든지 그 당시 내가 그 작품을 선택한다면 그걸로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더라고요.

    사실 <해적>은 이희준 작가님과 박정아 작곡가님을 믿고 들어간 거에요. 글 쓰는 소년 이야기고, 해적 이야기라고 해서요. 신흥무관학교의 혜란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마음으로 대본을 쓰셨고 노래를 만들었는지 극에 명확하게 나와 있었어요. 죽어있는 캐릭터를 없게 만드시는 분들이라서 그냥 믿고 갔어요. <오시에 오시게> 같은 경우에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라서 결정했어요.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작품은 관객들이 가져가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가져갈 수 있잖아요. 그런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뷔페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루이스는 작가이고, 승영이는 전기수니까 둘 다 이야기를 다루는 역할인 셈이죠. 저는 이야기를 되게 좋아했었거든요.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와 말하는 걸 좋아했고, 특기는 동화구연이었어요. 저랑 닮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승영이로서 무대에서 하는 연기들이 낯설지 않아요.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작가를 꿈꿨던 시간도 있었고, 그 경험들이 제 학창시절에 녹아있어요. 관객 분들께도 이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그 시간들을 같이 곱씹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득 품은 진심 어린 이야기꾼 배우 임찬민② 로 이어집니다.

     

     

    글, 사진 : 이은지 에디터 / 이현승 에디터 (scenestealer20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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